"금리인하 걸림돌은 고유가…섣불리 내리면 물가 자극"

입력 2024-04-12 18:18   수정 2024-04-13 01:32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12일 채권시장과 환율시장은 종일 요동쳤다. 한은이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하락하던 국고채 금리가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을 거치면서 상승 반전하더니 소폭 하락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보다 (금리 인하를) 먼저 할 수도 있고, 나중에 할 수도 있다”는 이 총재 발언에 곧바로 10원 이상 뛰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매파(긴축 기조)와 비둘기파(완화 기조) 발언이 섞여 있었지만, 최근 물가 동향을 경험한 시장은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반응했다”고 해석했다.
○통화정책 최대 변수는 유가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다고 하는데, 아직 켤까 말까 생각하는 중”이라고 비유했다. 금리 인하 기대는 아직 섣부르다는 메시지지만, 시장은 그가 금리 인하 화두를 꺼낸 것에 주목했다. 이 총재는 “깜빡이를 켰다는 것은 좌회전(금리 인하)을 한다는 것인데, 그런 상황은 아니다”며 “지금은 계속 앞으로 가려고 하다가 자료를 보고 고민하는 상태”라고 했다. 아직 방향성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은의 고민이 깊어진 것은 국제 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한은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 초·중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문제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불안이 커지면서 예상한 물가 경로가 유지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농산물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는데 유가는 예상보다 많이 변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유가가 오른 것이면 전망을 유지할 수 있지만 90달러 위에서 오래 머무르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물가와 성장 경로를 다시 전망한 후 한두 달가량 흐름을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이 총재는 “섣불리 금리를 움직였다가 물가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며 “5월 전망을 한 뒤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에 금리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또 환율이 어떻게 변하고 그것이 물가에 영향을 주는지 등 한두 번은 더 데이터를 봐서 확신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8월 이후로 미뤄질 듯
이날 이 총재 발언이 전해진 후 시장에선 한은의 첫 금리 인하가 8월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올해 5월 이후 통화정책방향회의는 7월 11일과 8월 22일, 10월 11일 등으로 예정돼 있는데, 시장에선 금리 인하 시기를 7월로 예상한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도 “6~7월을 기대한 것에 비해선 시점이 분명히 뒤로 미뤄졌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상황 변화가 한국의 통화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먼저 할 수도, 늦게 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한은 총재가 미국 중앙은행(Fed)보다 기준금리를 먼저 인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피벗 신호를 주고 시점을 고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환율 등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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